처음 혼자 살아본 순간의 기록
처음 혼자 살기 위해 집에 들어섰을 때,
내 머릿속엔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욕실은 이제 내 차지이고,
식사 시간도 내 마음대로,
온도 조절 때문에 다투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맞았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도 처음 혼자 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은,
직접 부딪히면서 배운다.
1인분을 사야 하는데, 10인분을 사버렸다
처음엔 장을 너무 많이 봤다.
"이건 꼭 해 먹어야지" 다짐했던 채소들,
종류별로 사온 우유,
식빵 한 덩이는
끝내 다 먹기도 전에 곰팡이가 피곤 했다.
냉장고는 처음엔 풍성해 보였지만
일주일 후에는
축축하고 텅 빈 모습으로 날 마주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조금씩, 자주 사야 한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시끄러웠던 고요
혼자 사는 집의 조용함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좋았다—
하지만 그 고요가 너무 깊을 때도 있었다.
어디서도 들려오는 소리 없이,
냉장고의 낮은 소음과 내 생각만이 방 안을 채웠다.
밤이 되면 그 정적은 더 무겁게 다가왔다.
나는 음악을 틀어놓은 채 지내며
외로움을 피하려 했다.
그러다 점차, 그 고요함과 화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침묵이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오는 데엔
시간이 필요했다.
집안일을 할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
설거지를 해주는 마법도 없고,
빨래는 스스로 개야 하며,
먼지는 상상보다 훨씬 빨리 쌓인다.
한동안은 그냥 모른 척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젠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돌아가는 나만의 방식.
그리고 알게 됐다:
청소는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경제 감각, 현실과 마주하다
공과금은 내가 깜빡했다고 봐주는 법이 없다.
월세도 마찬가지다.
혼자 산 첫 달,
나는 식재료보다 배달 음식과 향초에 더 많은 돈을 썼다.
전구는 사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예산 짜기는 내 특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 살면서
그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지금은 지출을 기록하고
나만의 간단한 요리 몇 가지도 익혔다.
(아주 간단한 정도지만.)
작은 위기조차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
전기가 나갔던 첫날,
두꺼비집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싱크대가 막혔을 땐
그 배신감에 잠시 멍하니 쳐다봤다.
그럴 때마다 유튜브가 내 구세주였다.
“수도꼭지 고치는 법”부터
“계란이 상했는지 확인하는 법”까지,
무엇이든 검색했다.
혼자 산다는 건
반은 어른, 반은 즉석 해결사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삶을 절대 바꾸고 싶지 않다
그동안
음식을 태우기도 하고,
주방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으며,
밤 11시에 휴지가 떨어져 절망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거실에서 맨발로 춤을 추고,
저녁으로 시리얼을 먹으며,
완전한 평화 속에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혼자 사는 삶은
작은 실수들이 쌓여
조금씩 지혜가 되는 시간이다.
자신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지금 막 혼자 살기 시작했다면
꼭 기억하길 바란다:
실수할 거예요. 성장할 거예요. 그리고 괜찮을 거예요.
그게 바로 이 모든 시간의 아름다움이다.